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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에서 ISP까지 - 시작이 절반을 결정한다 (02/08)

hfcconsulting 2026. 9. 28. 17:34

AI 시대의 공공 차세대 전환 가이드 · Ep.02

개통을 강행한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예산이었다.

예타에서 ISP까지 - 시작이 절반을 결정한다 · HFC Consulting


감사원이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개통 강행을 조사했을 때, 보고서에 남은 동기는 뜻밖의 것이었다. 기술적 오판이 아니었다. 연차 계약을 완료된 것으로 검사하지 않으면 예산을 반납해야 한다는 우려였다. 공정률 60.2%의 시스템이 열린 이유가 회계연도의 달력에 있었던 것이다. 공공 차세대의 실패는 이렇게, 사업이 시작되기 한참 전에 설계된 구조에서 자란다.

사업이 시작되기 전의 사업

민간의 차세대는 이사회 의결로 시작된다. 공공의 차세대는 그보다 훨씬 긴 전사(前史)를 갖는다. 대형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야 하고, 정보화전략계획(ISP) 또는 ISMP를 수립해 사업의 범위와 예산 근거를 만들어야 하며, 그 결과가 예산 심의를 거쳐야 비로소 발주가 가능해진다. ISP·ISMP에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해마다 개정하는 공통가이드가 있고, 수립 절차와 산출물 기준이 표준으로 정해져 있다.

이 전사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발주자가 RFP를 쓰는 시점에, 사업의 골격은 이미 몇 년 전 문서에 의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 문서가 부실하면 아무리 좋은 RFP도 부실한 골격 위에 선다.

전사를 읽는 법 - 세 문서의 대사

차세대 사업의 발주 담당으로 부임하면 첫 번째로 할 일이 있다. 예타 보고서, ISP 산출물, 예산 요구서 — 세 문서를 나란히 놓고 대사(對査)하는 것이다. 세 문서는 각기 다른 시점에, 다른 목적으로, 종종 다른 수행자에 의해 쓰였다. 예타가 약속한 효익과 ISP가 정의한 과업범위와 예산서가 확보한 금액이 정확히 맞물리는 사업은 드물다. 그 어긋남의 목록이 곧 사업의 초기 리스크 대장이다.

어긋남은 죄가 아니다. 시차가 만든 자연스러운 균열이다. 죄가 되는 것은 어긋남을 확인하지 않은 채 RFP를 쓰는 일이다. 예타의 효익 지표는 훗날 성과 평가의 잣대로 돌아오고, ISP의 과업 정의는 계약 분쟁에서 범위 해석의 근거로 소환된다. 발주 전에 세 문서의 차이를 문서로 정리해 두면, 그것이 몇 년 뒤 감사장에서 사업을 지키는 첫 페이지가 된다.

회계연도라는 시계

공공 사업의 돈은 해마다 끊긴다. 3년짜리 차세대는 실제로는 1년짜리 예산 세 개의 연쇄다. 연차마다 계약이 있고, 계약마다 검사와 대가 지급이 있으며, 집행하지 못한 예산은 반납과 삭감의 근거가 된다. 이 구조는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사업관리의 판단을 비튼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감사 결과가 보여준 그대로다. 개통 나흘 전까지 미처리 결함이 3,800건을 넘었지만, 회계연도의 시계는 품질의 시계보다 빨리 갔다.

발주자가 이 시계를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계획 단계에서 다룰 수는 있다. 연차 경계에 걸리는 마일스톤을 피해서 설계하고, 검사·검수 기준을 연차 계약서에 공정률과 분리해 명문화하고, 이월과 계속비 같은 제도적 수단을 처음부터 검토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부 ISP와 사업계획 단계의 일이다. 발주 후에는 늦다.

제도적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계속비 계약과 장기계속계약은 다년 사업의 분절을 줄이기 위해 존재하는 장치다. 다만 장치는 신청해야 작동하고, 신청은 계획 단계의 일이다. 발주 담당자가 이 장치들의 요건과 절차를 모른 채 단년 계약의 연쇄로 사업을 설계하면, 회계연도의 시계는 해마다 같은 압력으로 돌아온다. 제도를 아는 것과 제도를 계획에 넣는 것 사이의 거리가, 개통 강행과 정상 개통 사이의 거리다.

ISP의 함정 - 계획이 낡는 속도

ISP에는 또 하나의 구조적 약점이 있다. 수립 시점과 구축 시점 사이의 시차다. ISP가 끝나고 예산이 성립하고 조달이 끝나 착수에 이르기까지 통상 1~2년이 흐른다. 과거에는 그 시차가 견딜 만했다. AI 시대에는 아니다. 2년 전의 기술 전제 위에 세운 과업범위로 오늘의 시스템을 지으라는 요구가 되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반론이 있다. "그래서 ISP를 느슨하게 쓰면, 과업범위가 흔들려 사업이 산으로 간다." 맞는 말이다. 대응은 느슨함이 아니라 층의 분리다. 바뀌지 않을 것(업무 구조, 데이터, 연계, 보안 등급)은 단단하게 확정하고, 바뀔 것(개별 솔루션, 모델, 도구)은 요건 수준으로 열어 두되 선택 기준과 교체 절차를 대신 확정하는 것이다. 계획의 강도를 항목마다 다르게 가져가는 이 원칙은, 방법론 테일러링에서 다뤘던 것과 같은 논리다.

발주 전 단계의 문서 품질이 발주 후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명제는 RFP 가이드 1화에서 다룬 그대로이고, 데이터 현황을 발주 전에 진단해야 한다는 원칙은 데이터 발주 가이드 2화가 이미 정리했다. 공공 차세대는 그 두 원칙이 법정 절차의 형태로 강제되는 도메인일 뿐이다.

착수 전 판정 체크포인트

발주 전에 답해야 하는 다섯 질문 — ISP의 기술 전제는 몇 년 전 것인가 / 연차 경계에 걸린 마일스톤이 있는가 / 연차 검사 기준은 공정률과 분리되어 있는가 / 단단한 층과 열어 둘 층이 구분되어 있는가 / 예산 반납 압력이 품질 판정을 넘어설 수 있는 지점은 어디인가

개통 강행의 문서에는 개통일의 날짜가 적혀 있다. 그러나 그 결정이 만들어진 날짜는 몇 년 전, 계획의 문장들이 쓰인 날이다. 시작이 절반을 결정한다는 말은 공공에서 수사가 아니라 회계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업의 법령 적용은 법률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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