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의 공공 차세대 전환 가이드 · Ep.06
제안요청서의 초안을
AI가 쓰기 시작했다.
AI는 행정의 어디에 들어가는가 · HFC Consulting
2026년 9월, 행정안전부는 여섯 개 분야의 행정 업무에 AI를 넣는 계획을 발표했다. 목록에는 상징적인 항목이 하나 있다. 조달청이 공공 SW 사업의 제안요청서 초안 작성을 AI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발주 문서를 쓰는 일 자체가 AI의 과업이 되는 시대 — 차세대를 설계하는 발주자가 마주한 질문은 이제 "AI를 넣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에, 어떤 책임 구조로 넣을 것인가"다.
여섯 개의 창구 - 정부가 고른 자리
행안부가 고른 여섯 분야의 공통점을 읽는 것이 먼저다. 전부 판단의 보조이지, 판단의 대체가 아니다.
| 분야 | 기관 | AI가 하는 일 |
|---|---|---|
| 보훈심사 | 국가보훈부 | 제출 자료 누락 확인, 유사 사례 검색, 검토서 작성 지원 |
| 치안 현장 | 경찰청 | 현장 질문에 법령·판례·매뉴얼 제시 |
| 조달 | 조달청 | RFP 초안 작성, 법·제도 위반 점검 |
| 규제 | 국무조정실 | 창업·영업 규제 정보 맞춤 제공 |
| 인사 | 인사혁신처 | 제출서류 분석, 규정 검색 지원 |
| 감사 | 부산광역시 | 유사 사례·처분 기준 검색 지원 |
보이는 패턴은 셋이다. 검색과 대조(누락 확인, 유사 사례), 초안 작성(검토서, RFP), 그리고 현장 질의응답. 전부 공무원의 시간을 잡아먹던 반복 과업이고, 전부 최종 서명은 사람에게 남는 구조다. 차세대를 설계하는 발주자에게 이것은 훌륭한 준거다. 자기 기관의 업무에서 같은 패턴을 찾는 것이 행정 AI 요구 정의의 출발점이 된다.
이 목록은 중앙부처의 것이지만, 원리는 기관 유형을 가리지 않는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차세대에서도 출발점은 같다. 반복되는 검색·대조·초안의 과업을 목록화하고, 최종 서명이 남는 지점을 표시한 뒤, 그 앞 구간을 AI의 후보지로 삼는 것이다.
법의 틀 - 책임은 자동화되지 않는다
공공의 AI에는 민간에 없는 층이 하나 더 있다. 행정행위의 법적 책임이다. 급여 지급, 인허가, 처분 — 행정의 결정에는 근거 제시 의무와 불복 절차가 따라붙는다. AI 기본법 체제에서 공공은 고위험 영역의 관리 책임을 요구받는 대표적 주체이고, AI가 보조한 결정이라도 그 결정의 설명 책임은 기관에 남는다. "모델이 그렇게 판단했다"는 행정의 언어가 될 수 없다.
그래서 행정 AI의 발주 요건에는 성능 지표와 나란히 책임 구조가 들어가야 한다. 어떤 결정에 AI가 개입하는지의 목록, 사람의 확인이 필수인 지점, 판단 근거의 기록과 보존, 오류 발견 시의 정정 절차. 이것은 거버넌스를 시스템보다 먼저 세우는 문제이며(AI 거버넌스 구축 가이드 1화), AI 산출물을 제3자가 점검할 수 있게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감리·PMO 위탁 가이드 5화, AI 산출물을 감리한다는 것).
책임 구조의 설계에는 불복 절차의 관점이 유용하다. 이 결정에 이의가 제기되면 기관은 무엇을 근거로 답하는가. 그 답에 필요한 기록이 시스템에 남는가. 불복의 질문에 답할 수 없는 AI 기능은, 아무리 정확해도 행정에는 미완성이다.
행정망 안의 민간 AI
기술 경로도 정리되고 있다. 행안부는 민간의 최신 AI 모델을 보안 체계 안에서 행정망에 들여 쓰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발주자에게 이 흐름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차세대의 AI 아키텍처는 특정 모델의 내재화가 아니라 모델 교체를 전제로 한 구조여야 한다는 것이다. 모델은 빠르게 낡는다. 낡지 않는 것은 데이터와 업무 규칙, 그리고 책임 구조다. 앞 회차에서 데이터 이관 품질에 "AI에 먹일 수 있는가"라는 기준을 요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상되는 반론이 있다. "규제와 책임 요건을 다 지키다 보면 공공 AI는 아무것도 못 한다." 대응은 행안부의 목록 그 자체다. 여섯 분야 전부, 책임 구조를 해치지 않는 보조 과업에서 시작한다. 작게 시작해 기록을 쌓고, 기록이 신뢰를 만들면 적용 범위를 넓힌다. 공공 AI의 확장 경로는 기술 로드맵이 아니라 신뢰 로드맵이다.
요구사항의 문장으로 번역하기
관점을 발주 문서의 문장으로 내리면 이렇게 된다. "AI 기반 민원 분류 기능을 제공한다"는 요구사항이 아니다. 검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쓸 만한 요구는 세 겹으로 쓰인다. 기능의 범위(어떤 업무의 어떤 판단을 보조하는가), 검증의 방법(어떤 데이터로 어떤 기준을 통과해야 검수되는가), 책임의 구조(오분류 시 누가 발견하고 어떻게 정정되는가). 세 겹 중 하나라도 빠진 AI 요구는 검수 단계에서 해석 분쟁이 된다.
계약 관점의 쟁점도 미리 적어 두어야 한다. 모델과 학습 결과물의 권리 귀속, 외부 모델 이용 시의 데이터 반출 조건, 서비스 중단 시의 대체 절차. 발주자를 위한 AI 계약의 문법은 별도 연재로 정리되어 있다(발주자를 위한 AI 계약 가이드 1화). 공공 차세대의 AI 요구는 그 문법 위에, 행정행위의 책임이라는 한 층을 더 얹는 일이다.
행정 AI 발주 체크포인트
요구 정의 전 다섯 확인 — AI가 개입하는 결정의 목록화 / 사람 확인이 필수인 지점의 명문화 / 판단 근거의 기록·보존 요건 / 모델 교체를 전제한 아키텍처 / 학습·참조 데이터의 품질 기준
AI는 행정의 어디에 들어가는가. 대답은 이미 나와 있다. 사람의 서명이 남는 자리의 바로 앞까지다. 그 경계선을 계약서에 긋는 것이 발주자의 일이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업의 법령 적용은 법률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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