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의 공공 차세대 전환 가이드 · Ep.03
41%에 낙찰된 사업의 청구서는
누구에게 갔는가.
조달의 문법 - 협상에 의한 계약과 참여제한 · HFC Consulting
2024년, 한 군 기관의 네트워크 교체 사업이 예정가격의 41.292%에 낙찰됐다. 업계는 술렁였고, 저가 부품 조달과 보안 우려가 뒤따랐다. 또 다른 1,960억 원 규모 사업에서는 대기업 참여 심의가 한 번 반려됐다가 재심의에서 뒤집혔고, 승자는 69.4%에 낙찰받았다. 공공 조달의 문법을 모르면, 이 숫자들이 무엇을 예고하는지 읽을 수 없다.
협상에 의한 계약이라는 문법
공공 SW 사업의 표준 조달 방식은 협상에 의한 계약이다. 기술평가와 가격평가를 합산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하고, 협상을 거쳐 계약한다. 문법의 핵심은 배점 구조에 있다. 기술평가가 변별력을 잃으면 승부는 가격으로 넘어가고, 가격 승부는 저가 낙찰로 흐른다. 저가 낙찰의 청구서가 수행 단계에 온다는 것은 수행사 관점의 연재에서 이미 다뤘다(제안 가이드 4화, 저가 수주의 청구서). 발주자 관점에서 그 청구서는 품질 저하와 분쟁의 형태로 돌아온다.
참여제한 13년의 지도
2013년, 대기업의 공공 SW 시장 점유율(2010년 기준 76.4%)을 근거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참여를 원칙적으로 막는 제도가 도입됐다. 11년이 지난 2024년 1월, 과기정통부는 이 빗장을 크게 풀었다. 700억 원 이상 대형 사업은 예외 심의 없이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고, 설계·기획 사업은 전면 개방하며, 중소기업 전용 구간은 20억에서 30억 원으로 올렸다. 2026년 현재는 추가 완화를 담은 법안 여러 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 구간 | 2013년 체제 | 2024년 개편 이후 |
|---|---|---|
| 대형 사업 | 대기업 원칙 배제, 예외 심의 | 700억 이상 예외 심의 없이 참여 허용 |
| 설계·기획 | 참여 제한 | 전면 개방 |
| 중소기업 전용 | 20억 미만 | 30억 미만으로 확대 |
발주자에게 이 변화는 선택지의 확대이자 심사 책임의 확대다. 참여자 풀이 넓어질수록, 누가 실제로 수행할 것인가를 가려내는 일은 발주자의 몫으로 남는다. 업계가 "박스 비즈니스"라 부르는 구조 — 대기업이 수주하고 실제 수행은 하도급으로 넘어가는 형태 — 를 걸러내는 장치가 없으면, 계약서의 이름과 현장의 얼굴이 다른 사업이 된다.
참여제한의 변화가 발주 실무에 남기는 함의가 하나 더 있다. 일정이다. 참여 심의가 필요한 구간의 사업은 심의와 재심의의 기간이 조달 일정의 변수로 들어오고, 심의 결과에 따라 제안 참여 구도가 통째로 바뀐다. 1,960억 사업의 심의 번복 사례가 보여주듯, 이 변수는 발주자가 통제할 수 없다. 통제할 수 있는 것은 하나 — 심의 기간을 임계 경로에서 빼고, 어느 쪽 결론이 나든 성립하는 조달 일정을 짜 두는 것이다.
가격이 아니라 구조를 심사하라
예상되는 반론이 있다. "낙찰 하한과 심의 제도가 이미 있는데, 발주자가 무엇을 더 하는가." 대응은 이렇다. 제도는 바닥을 정할 뿐, 구조를 읽어 주지 않는다. 발주자가 제안 단계에서 확인해야 하는 것은 가격의 높낮이가 아니라 가격의 구성이다. 그 금액으로 제안서의 인력 계획이 실제 가능한가. 컨소시엄의 지분과 역할 분담은 실제 수행 구조와 일치하는가. 하도급 계획은 명시되어 있고, 핵심 과업이 하도급으로 넘어가지는 않는가. AI 도구 활용을 전제로 한 생산성 가정이 투입 계획을 비현실적으로 깎아 놓지는 않았는가.
기술협상은 이 질문들을 계약 문장으로 바꾸는 마지막 기회다(제안 가이드 7화, 기술협상). 협상 테이블에서 확인하지 않은 가정은, 수행 단계에서 분쟁의 형태로 확인된다.
하도급 점검에는 시점이 중요하다. 낙찰 후의 하도급 승인 단계는 이미 늦다. 제안 단계에서 하도급 계획의 범위와 비율을 쓰게 하고, 핵심 과업의 직접 수행을 계약 조건으로 명문화해야 수행 단계의 얼굴 바꾸기를 막을 수 있다.
AI 시대의 조달 - 평가가 어려워졌다
참여제한의 지형 변화와 별개로, 조달의 난이도 자체가 올라가고 있다. 제안서에 AI가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모델의 성능 주장, 데이터 준비 계획, 생산성 가정 — 전통적 기술평가 항목으로는 검증하기 어려운 주장들이 배점표 위에 올라온다. 평가위원이 검증할 수 없는 주장은 화려한 쪽이 이기고, 화려한 주장은 수행 단계에서 가장 먼저 무너진다.
대응의 방향은 주장을 증거로 바꾸는 평가 설계다. AI 관련 제안 항목에는 성능 수치 대신 검증 방법을 요구하라. 어떤 데이터로, 어떤 기준으로, 언제 입증할 것인지를 쓰게 하고, 그 입증 계획 자체를 평가하는 것이다. 입증 계획이 없는 성능 주장은 배점에서 제외한다는 원칙을 RFP에 명시하면, 제안서의 문장이 달라진다. 조달청이 RFP 초안 작성에 AI를 붙이기 시작한 시대에(6화에서 다룬다), 발주자의 변별력은 문서의 양이 아니라 검증 구조의 설계에서 나온다.
조달 단계 체크포인트
낙찰 전에 확인할 다섯 가지 — 기술평가 항목의 변별력 / 가격 대비 인력 계획의 실현 가능성 / 컨소시엄 지분과 실제 역할의 일치 / 핵심 과업의 하도급 여부 / AI 생산성 가정의 근거
41%짜리 낙찰의 청구서는 언제나 도착한다. 다만 수신인이 바뀔 뿐이다. 조달 단계에서 구조를 읽지 않은 발주자에게, 그 청구서는 몇 년 뒤 감사보고서의 형태로 온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업의 법령 적용은 법률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 더 읽을거리
공공 SW사업, 대기업 참여 제한 완화... 700억원 이상 전면 허용 (디지털투데이, 2024.1) — 11년 만의 제도 개편 내용 정리
공공사업 대참제 빗장 풀리는데... 중견 IT업계 "심의·입찰 안전장치부터 손봐야" (디지털데일리, 2026.9) — 심의 번복·저가 낙찰·하도급 구조의 실사례
조달과 기술평가를 앞두고 계십니까?
HFC컨설팅은 제안요청서 작성, 기술평가 설계, 기술협상 지원을 수행합니다. 가격이 아니라 구조를 심사하는 조달을 함께 만듭니다.
1영업일 이내 답변 · 주식회사 에이치에프씨 컨설팅 · 대표이사 장기석
📚 AI 시대의 공공 차세대 전환 가이드 (전 8화)
◀ 이전 편 (02/08) 예타에서 ISP까지 - 시작이 절반을 결정한다
'IT 인사이트 > AI 시대의 공공 차세대 전환 가이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AI는 행정의 어디에 들어가는가 (06/08) (0) | 2026.09.28 |
|---|---|
| 데이터를 옮기고 잇는 법 - 행정 데이터 이관과 연계 (05/08) (0) | 2026.09.28 |
| 보안이라는 관문 - 망분리, CSAP, 보안성 검토 (04/08) (0) | 2026.09.28 |
| 예타에서 ISP까지 - 시작이 절반을 결정한다 (02/08) (0) | 2026.09.28 |
| 왜 공공 차세대는 다른가 - 멈출 수 없는 행정의 교체 (01/08) (0) | 2026.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