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의 AI 도입 발주 가이드 · Ep.04
견적서는 고정이었다.
청구서는 아니었다.
토큰으로 쓰는 예산 - 종량 과금을 계약에 가두는 법 · HFC Consulting
IT 예산의 언어는 두 가지였다. 구축비와 운영비. 둘 다 연 단위의 고정 숫자였고, 품의서는 그 숫자 위에서 쓰였다. AI가 세 번째 언어를 들고 왔다. 쓰는 만큼 낸다. 예산 담당자에게 이 말은 자유가 아니라 공포다. 쓰는 만큼이 얼마인지, 아무도 미리 모르기 때문이다.
가격표를 읽는 법
종량 과금의 단위는 토큰이다. 벤더들의 공식 가격표는 100만 토큰당 단가로 쓰여 있고, 입력과 출력의 단가가 다르며, 출력이 대체로 몇 배 비싸다. OpenAI의 가격표와 앤트로픽의 가격 문서를 열어 보면 구조가 보인다. 모델 등급별 단가, 캐시된 입력의 할인, 배치 처리의 할인. 같은 기능이라도 설계에 따라 청구액이 절반이 되기도 하고 두 배가 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가격표를 읽을 줄 아는 것이 대가산정의 출발점이다.
같은 가격표에서 모델 등급의 단가 차이를 읽는 것도 중요하다. 최상위 모델과 경량 모델의 단가는 수십 배 차이 난다. 모든 호출을 최상위 모델로 보내는 설계와, 분류·요약 같은 가벼운 과업을 경량 모델로 돌리는 설계는 같은 기능에 다른 자릿수의 청구서를 만든다. 공공 예산의 언어로 옮기면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종량 요금은 구축비인가 운영비인가. 예산 과목과 조달 경로의 정합은 2화에서 다룬 유형 문제의 연장선이고, 기획 단계에서 정리되지 않으면 정산 단계에서 돌아온다.
청구서가 세 배로 오는 경로
첫 달 청구서 사고의 경로는 대체로 같다. 추정의 근거가 시연이었다는 것. 시연은 짧은 질문과 짧은 답으로 이루어진다. 운영은 다르다. 긴 문서가 입력으로 들어가고, 대화 이력이 매 호출에 다시 실리고, 재시도와 백그라운드 배치가 호출 수를 불린다. 백그라운드 배치 작업 하나가 밤사이 수십만 건을 호출하기도 한다. 입력 토큰은 추정의 다섯 배가 되고, 출력 단가는 입력보다 비싸다. 이 블로그의 노트 28화가 기록한 "첫 달 청구서가 세 배로 왔다"는 과장이 아니라 평균적인 놀람에 가깝다. 요율 자체가 움직이는 경우는 더 아프다. 가장 싸다는 이유로 선정된 모델의 운영 단가가 한 번의 공지로 네 배가 된 사례를 브리핑 16화에서 다뤘다. 최저가 선정의 근거가 1년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단가표가 벤더의 공지 한 장으로 바뀌는 조달은 AI가 처음이다.
추정의 기술
가둘 수 있으려면 먼저 추정할 수 있어야 한다. 산식 자체는 단순하다. 월 처리 건수 곱하기 건당 평균 입력·출력 토큰 곱하기 단가. 어려운 것은 산식이 아니라 계수다. 건당 토큰은 시연이 아니라 실측에서 와야 한다. 문서 전문이 입력으로 들어가는지, 대화 이력이 매 호출에 다시 실리는지, 실패 시 재시도가 몇 번인지에 따라 같은 기능의 토큰이 열 배 차이 난다. 그래서 실무 권고는 하나다. 계약서에 측정 기간을 두는 것. 가동 후 첫 1~2개월을 계측 구간으로 명시하고, 실측 사용량으로 추정 모델을 보정한 뒤 연간 예산과 상한을 확정하는 2단계 구조다. 추정을 한 번에 끝내려는 계약이 청구서에 가장 크게 놀란다. 피크 계수(마감일·민원 폭증기)와 성장률(사용자 확산)을 곱하는 것도 잊지 말 일이다.
계약에 가두는 네 개의 조항
종량 과금은 없앨 수 없다. 가둘 수 있을 뿐이다. 조항은 네 겹이다. 첫째, 측정. 사용량 대시보드와 월간 보고를 수급인의 의무로 명시한다. 측정의 단위도 정한다. 총액만 보이는 대시보드는 사고가 난 뒤에야 원인을 찾게 하고, 기능별·부서별 태그가 붙은 측정은 어느 화면이 예산을 태우는지 당일에 보여 준다. 측정되지 않는 비용은 통제되지 않고, 쪼개지지 않는 측정은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둘째, 상한. 월 예산 상한과 단계별 동작(80% 도달 시 통보, 100% 도달 시 저비용 모델 전환 또는 기능 제한)을 기술 요구사항으로 넣는다. 전면 차단은 신중히 다룬다. 예산을 지키자고 민원 창구를 멈출 수는 없으므로, 상한 도달 시의 동작은 업무별로 다르게 설계한다. 핵심 업무는 저비용 경로로 전환, 부가 기능은 일시 제한. 상한 조항의 목적은 멈춤이 아니라 통제된 감속이다. 셋째, 변동. 벤더 요율 변경 시 통지 시한과 비용 분담 규칙, 일정 비율 이상 인상 시 재협상 또는 해지 조항을 둔다. 넷째, 설계. 캐시·배치·모델 혼용(가벼운 과업은 가벼운 모델로) 같은 비용 설계를 제안 평가 항목으로 요구한다. 비용 최적화는 벤더의 선의가 아니라 수급인의 과업이다.
과금 조항 체크포인트 — 사용량 측정·보고 의무 / 월 상한과 단계별 동작(통보·전환·차단) / 요율 변경 통지 시한과 분담 규칙 / 재시도·배치 호출의 비용 귀속 / 비용 설계(캐시·배치·모델 혼용)의 제안 평가 반영
운영 조직의 월례 회의 안건에 사용량 보고 한 줄을 추가하는 것으로 이 모든 조항이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고정가의 시대에 예산은 한 번 세우는 것이었다. 종량의 시대에 예산은 운영하는 것이다. 계약서가 그 운영의 계기판을 달아 주지 않으면, 계기판 없는 비행은 청구서로 끝난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요금·정책은 벤더 공지에 따라 변동되며, 본문 기준은 2026년 10월 12일 확인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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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영업일 이내 답변 · 주식회사 에이치에프씨 컨설팅 · 대표이사 장기석
📎 더 읽을거리
· OpenAI API Pricing — 100만 토큰 단위의 입력·출력·캐시 단가 구조
· Anthropic Pricing Docs — 캐시 읽기 0.1배, 배치 50% 할인 등 비용 설계 레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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