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의 AI 도입 발주 가이드 · Ep.02
계약서는 한 장이었다.
산 것은 셋 중 하나였다.
무엇을 사는 것인가 - API, 모델, 구축의 세 갈래 · HFC Consulting
계약 심의 테이블에서 법무 담당자가 물었다. "이건 용역입니까, 물품입니까, 구독입니까." 사업 담당자가 잠시 멈췄다. AI를 도입한다고만 생각했지, 무엇을 사는 것인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품의서에는 'AI 기반 업무 지원 체계 구축'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열두 글자 안에 세 개의 전혀 다른 계약이 섞여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그 방의 누구도 몰랐다. 그 침묵이 이 회차의 주제다.
세 갈래의 길
AI 도입의 조달 유형은 크게 셋이다. 첫째, 상용 API 구독. 벤더의 모델을 호출 단위로 쓴다. 가장 빠르고, 가장 가볍고, 가장 많이 선택된다. 멘로 벤처스의 2025년 기업 조사에 따르면 기업 AI 활용처의 76%가 자체 구축이 아니라 구매였다. 1년 전 53%에서 크게 오른 수치다. 둘째, 모델 도입. 상용 모델의 라이선스를 사거나 공개 가중치 모델을 받아 우리 인프라에 올린다. 데이터가 밖으로 나가지 않는 대신, 운영의 무게가 안으로 들어온다. 셋째, SI 과업 내 구축. 시스템 구축 사업의 과업 한 줄로 AI 기능이 들어간다. 가장 익숙한 형태이고, 가장 많은 것이 숨는 형태다.
실제 사업은 순혈이 드물다. 민감정보를 다루는 업무는 내부에 둔 모델로, 일반 문서 작업은 외부 API로 가르는 혼합 설계가 흔하다. 혼합 자체는 좋은 설계다. 문제는 계약서가 혼합을 모를 때다. 두 경로의 비용 구조, 장애 책임, 데이터 처리 위치가 각각 적혀 있어야, 혼합은 설계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혼선이 된다. 어느 업무가 어느 경로를 타는지의 분류 기준 자체가 보안 요구사항이기도 하다는 점은 16기에서 다룬 그대로다.
유형이 조항을 결정한다
유형 선택은 기술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이후 계약서의 모든 조항이 유형을 따라간다. 누구와 계약하는가, 가격은 무엇에 연동되는가, 장애가 나면 누구를 부르는가, 데이터는 어디를 지나는가, 사업이 끝나면 무엇이 남는가. 다섯 질문의 답이 유형마다 다르다.
| 질문 | API 구독 | 모델 도입 / 과업 내 구축 |
|---|---|---|
| 계약 상대 | 벤더(약관 계약) - 협상 여지 작음 | 수급인(과업 계약) - 책임 설계 가능 |
| 가격 연동 | 사용량(토큰·호출) | 라이선스·공수 + 인프라 비용 |
| 데이터 경로 | 외부 통과 - 처리 위탁 검토 필수 | 내부 유지 가능 - 운영 부담 내재화 |
| 종료 시 잔존물 | 프롬프트·평가셋·연동 코드 | 모델·파이프라인 전체 |
반론이 나올 자리다. "복잡하게 가를 것 없이 전부 용역 한 건으로 묶으면 되지 않는가." 대응은 이렇다. 묶는 것은 가능하다.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용역 계약서 안에서도 API 요율은 벤더가 정하고, 모델 단종일은 벤더가 정한다. 유형을 묶으면 보이지 않게 될 뿐, 세 갈래의 리스크는 수급인의 견적 어딘가에 웃돈으로 숨거나, 발주자의 운영 예산에 폭탄으로 남는다. 가르는 이유는 행정이 아니라 가시성이다.
공공 조달의 겹질문
공공이라면 여기에 조달 경로의 질문이 겹친다. 경쟁입찰 용역인가, 카탈로그형 디지털서비스 계약인가, 수의 가능한 구독인가. 유형은 예산 과목과도 얽힌다. 구축비로 잡은 예산으로 구독료를 계속 낼 수는 없고, 종량 요금은 연 단위 확정 예산과 마찰한다. 사업 기획 단계에서 조달 경로와 예산 구조를 함께 정하지 않으면, 계약 심의 테이블에서 이 글 첫 장면의 침묵이 재연된다. 정부가 AI를 어떤 규격으로 사기 시작했는지는 브리핑 32화에서 다뤘다. 인프라 쪽 선택의 논리는 연재 13기 2화와 닿아 있다.
가장 위험한 것은 네 번째 유형이다
현장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것은 사실 네 번째다. 유형을 정하지 않은 채 섞인 계약. SI 과업 안에 AI 기능이 있는데, 그 기능이 다시 외부 API를 호출한다. 발주자는 수급인과 계약했지만, 서비스의 심장은 제3자 벤더의 약관 아래에서 뛴다. 벤더가 요율을 바꾸면 수급인이 흡수하는가, 발주자가 부담하는가. 벤더 장애는 수급인의 지체인가 면책인가. 계약서 어디에도 없는 질문들이 운영 첫 분기에 도착한다.
그래서 이 회차의 제공물은 한 장의 선택표가 아니라 한 줄의 요구다. 제안요청서에 쓰라. "본 사업에서 도입하는 AI의 조달 유형(API 구독·모델 도입·과업 내 구축)과 제3자 벤더 의존 관계를 제안서에 명시할 것." 수급인이 그 한 줄에 답하게 하면, 네 번째 유형은 계약 전에 모습을 드러낸다. 벤더의 이름, 약관의 소재지, 요율 변경 시의 처리, 벤더 장애 시의 책임 경로까지 제안서에 적히고, 평가위원은 비로소 세 제안사의 다른 구조를 같은 저울에 올릴 수 있다.
유형 판정 체크포인트 — 계약 상대는 누구인가 / 가격은 무엇에 연동되는가 / 데이터는 어디를 지나는가 / 벤더 장애 시 책임 경로가 적혀 있는가 / 사업 종료 시 무엇이 남는가
무엇을 사는지 모르는 채 서명한 계약은, 무엇이 잘못됐는지도 모르는 채 분쟁이 된다. 법무 담당자의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계약 심의는 10분으로 끝나고, 답하지 못할 때 그 질문은 운영 2년 차의 분쟁 조정 신청서로 돌아온다. 유형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AI 발주의 첫 문장이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계약·분쟁 사안은 법률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귀사의 AI 계약, 유형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까
HFC컨설팅은 AI 조달 유형 선정과 계약 구조 설계를 지원합니다. API·모델·구축의 갈림길에서, 유형별 책임 경로까지 적힌 계약을 만들어 드립니다.
1영업일 이내 답변 · 주식회사 에이치에프씨 컨설팅 · 대표이사 장기석
📎 더 읽을거리
· Menlo Ventures, 2025 The State of Generative AI in the Enterprise — 기업 AI의 76%가 구매, 구축에서 구매로의 이동
· Fortune, MIT 보고서 보도 (2025.8) — 외부 도구 구매·제휴의 성공률이 내부 구축의 약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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