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주자를 위한 AI 계약 가이드 · Ep.01
개발 방식은 바뀌었다.
계약서는 그대로다.
그 계약서에는 AI가 없다 · HFC Consulting
계약 체결을 앞둔 검토 회의. 법무 담당자가 표준 용역계약서를 넘긴다. 작년 사업에 쓴 것과 같은 양식이다. 재작년과도 같다. 과업범위, 대가, 산출물, 검수, 하자담보책임. 조항은 빠짐없이 갖춰져 있다. 그 사이 개발 현장은 달라졌다. 제안사 개발 인력의 상당수가 AI 도구로 코드를 생성하고, 요구사항은 프롬프트로 전달되며, 사흘 걸리던 화면이 반나절에 나온다. 계약서의 어느 조항도 이 변화를 다루지 않는다.
문제는 계약서가 낡았다는 것이 아니다. 계약서가 전제하는 개발 방식과, 실제 개발 방식이 어긋났다는 것이다. 전제가 어긋난 계약은 분쟁이 생기기 전까지는 멀쩡해 보인다.
표준 계약서가 멈추어 서 있는 세 가지 전제
SI 표준 계약서는 오랜 기간 검증된 문서다. 다만 그 검증은 특정한 전제 위에서 이루어졌다. 코드는 사람이 작성하고, 개발 의도는 설계 문서에 남으며, 품질은 기능 시험으로 확인된다는 전제다. 세 전제가 각각 어떤 조항의 근거였는지, 그리고 AI 도입 이후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게 된다.
| 계약서의 전제 | 근거가 된 조항 | AI 도입 후의 현실 |
|---|---|---|
| 코드는 사람이 작성한다 | 투입 공수(M/M) 기반 대가산정 | 동일 기능의 생산 시간이 개발자와 도구에 따라 수 배 차이 |
| 개발 의도는 문서에 남는다 | 설계서 중심의 산출물 목록 | 핵심 판단이 프롬프트 창에서 이뤄지고 기록 없이 사라짐 |
| 품질은 기능 시험으로 확인한다 | "검사 합격" 한 줄의 검수 조항 | 기능은 통과하나 코드 품질·보안·라이선스는 검사 밖 |
세 번째 열이 이번 연재의 목차다. 어긋난 전제 하나하나가 채워야 할 조항 하나하나로 이어진다.
조항의 공백은 협상력의 공백이다
사업이 순조로우면 계약서는 서랍 안에 있다. 검수가 지연되고, 하자의 원인을 다투고, 유지보수 범위를 협의해야 할 때 계약서가 꺼내진다. 그 시점에 AI 관련 조항이 없다면 어떻게 되는가. 발주자는 "AI로 만든 부분도 당연히 하자담보 대상"이라 주장하고, 수급인은 "계약에 없던 검수 기준"이라 응수한다. 조항이 없는 쟁점은 협상이 아니라 소모전이 된다. 그리고 소모전의 비용은 대개 시스템을 운영해야 하는 쪽, 즉 발주자가 더 크게 치르게 된다.
반대로 조항이 있다면, 같은 상황은 절차의 문제로 정리된다. 검수 기준 미충족이면 보완을 요구하고, 고지 의무 위반이면 책임 소재가 분명하다. 계약 문구 몇 줄의 유무가 분쟁의 성격 자체를 바꾼다. 이 연재가 문구 단위까지 내려가는 이유다.
우리 계약서 셀프 진단 — 7문항
지금 준비 중인 계약서나 최근 체결한 계약서를 옆에 두고, 다음 일곱 가지를 확인해 보기 바란다. 조항 번호를 짚을 수 있으면 "있음"이고, 기억나지 않으면 대개 "없음"이다.
① 고지 — 수급인의 AI 도구 활용(도구·적용 공정·데이터 입력 여부)을 파악할 수 있는 조항이 있는가
② 대가 — 대가산정에 AI로 인한 생산성 변동과 검증 공수가 반영되는 구조인가
③ 산출물 — 산출물 목록에 의사결정기록(ADR)과 AI 활용 내역서가 포함되는가
④ 검수 — 검수 기준에 기능 외에 코드 품질·보안·라이선스가 명시되는가
⑤ 보증 — AI 생성 부분을 포함한 하자담보책임과 제3자 지식재산권 면책이 규정되는가
⑥ 데이터 — 발주자 데이터의 AI 도구 입력을 통제하는 조항이 있는가
⑦ 변경 — AI 도구 변경과 프로토타입발 범위 확장을 다루는 변경관리 절차가 있는가
일곱 문항 중 다섯 개 이상이 "없음"이라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현재 유통되는 표준 계약서 대부분이 그렇다. 없음의 개수는 위험의 크기가 아니라, 이번 연재에서 얻어갈 것의 개수다.
이 연재의 지도
2기 여덟 편은 계약의 실제 진행 순서를 따른다. 매 편마다 계약서에 바로 옮겨 쓸 수 있는 조항 문구를 제공한다.
| 회차 | 주제 | 제공 문구 |
|---|---|---|
| 02 | RFP 단계의 AI 활용 고지 | RFP 고지 요구 문구 2종 |
| 03 | 대가산정과 생산성 변동 | 산정 조항 · 재산정 트리거 |
| 04 | 산출물 정의와 의사결정기록 | 산출물 목록 조항 |
| 05 | 5중 검수 기준의 명문화 | 검수 조항 전문 |
| 06 | 하자담보와 지식재산권 보증 | 보증 · 면책 조항 2종 |
| 07 | 발주자 데이터 보호 | 데이터 통제 조항 3종 |
| 08 | 서명 전 종합 점검 (완결) | 단계별 종합 체크리스트 |
계약서는 사업이 잘될 때는 읽히지 않는 문서다. 잘못될 때 가장 정밀하게 읽히는 문서이기도 하다. 그때 비어 있지 않도록, 다음 편부터 한 조항씩 채운다. 시작은 계약 이전, RFP 단계다.
※ 본 연재의 계약 문구는 일반적 참고용이며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실제 계약 시 법무 검토를 권장합니다.
📎 더 읽을거리
· 소프트웨어 분야 표준계약서 6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국내 SW 계약의 출발점이 되는 법정 표준 양식
· 소프트웨어사업 계약 및 관리감독에 관한 지침 (국가법령정보센터) — 공공 SW사업 계약·관리의 기준 행정규칙
HFC Consulting의 관점
계약서와 RFP는 사업 실패 비용을 가장 적은 돈으로 줄일 수 있는 문서입니다. 준비 중인 계약서를 보내 주시면, 위 7문항 기준으로 어느 조항이 비어 있는지 진단해 드립니다.
1영업일 이내 답변 · 주식회사 에이치에프씨 컨설팅 · 대표이사 장기석
📚 연재 · 발주자를 위한 AI 계약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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