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MO 실전 노트 · Note 23
명세는 같은 문장이었다.
두 사람은 다르게 읽었다.
실시간이라는 세 글자가 문제였다 · HFC Consulting
검수를 여섯 주 앞둔 시연 회의였다. 화면은 정상이었다. 문제는 화면이 아니라 문장에 있었다.
요구사항 명세서의 그 줄을, 발주기관과 수급인은 두 해 동안 서로 다르게 읽고 있었다.
장면
한 공공기관의 민원 시스템 구축 사업이었다. 요구사항 명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접수 현황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어야 한다." 개발팀은 5분 주기 집계로 구현했다. 성능과 비용을 따진 합리적 설계였다.
시연에서 발주 담당자가 물었다. "실시간인데 왜 5분 전 숫자가 보입니까." 수급인 측이 답했다. "명세에 주기는 정의되어 있지 않습니다." 담당자가 답했다. "실시간은 상식입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명세서를 작성한 담당자는 이미 다른 부서로 이동한 뒤였다. 회의록과 착수보고 자료를 뒤졌다. "실시간 조회"라는 표현은 세 번 나왔지만, 주기를 정의한 문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수급인에게는 아키텍처 정의서에 적힌 배치 주기 5분이 근거였고, 발주기관에는 착수보고 때 본 시연 화면이 근거였다. 양쪽 다 문서를 들고 있었다. 서로 다른 문서였다.
같은 문장 하나를 두고, 두 조직이 2년을 각자의 해석 위에서 걸어온 것이다.
그때의 선택
PM 앞에 갈림길이 있었다. 하나는 그 자리에서 수용하는 길. 관계를 지키고 회의를 빨리 끝내는 길이다. 다른 하나는 해석 차이를 기록으로 남기고 변경 절차에 태우는 길. 느리고, 불편하고, 그 자리에서는 야박해 보이는 길이다.
PM은 "바로 고치겠습니다"를 택했다. 기술 검토 없이 한 약속이었다. 집계 방식을 이벤트 기반으로 바꾸는 데 3주가 들었다. 더 무거운 것은 그다음이었다. "실시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다른 화면 열두 곳이 같은 기준을 요구받았다. 선례가 기준이 된 것이다. 일정은 밀렸고, 그 비용은 어느 문서에도 청구되지 못했다. 돌아보면 그 약속의 값은 3주가 아니었다. "명세에 없어도 요구하면 된다"는 선례를 만든 값이었다.
복기
지금 다시 본다면, 문제는 5분이 아니었다. "실시간"이 계약 문서 어디에서도 숫자로 정의된 적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형용사로 남은 요구사항은 검수 단계에 이르러 반드시 청구서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청구서의 수신인은 대개 수급인이다. 발주기관도 얻는 것이 없다. 해석을 다투는 동안 일정은 늦어지고, 급히 맞춘 구현은 운영 단계에서 다시 비용이 된다. 모호한 명세의 청구서는 결국 양쪽으로 발행된다.
갈림길에서 필요했던 것은 코드가 아니라 한 장의 정의서였다. 해석이 갈린 그 순간이야말로 요구사항 추적표를 여는 순간이다. 연재에서 다룬 대로, 요구사항에 동결은 없고 추적만 있다(9기 3화 · 요구사항 관리). 그리고 품질 요구를 다투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측정 가능한 검수기준으로 명문화하는 것이다(12기 4화 · 품질을 검수기준으로 바꾸는 법).
AI 시대에 이 오래된 문제는 더 커진다. "정확한 답변", "자연스러운 응대" 같은 형용사가 명세서에 다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연 몇 초, 정답률 몇 퍼센트, 어떤 데이터로 측정하는가. 숫자가 없는 문장은 요구가 아니라 소망이다. 소망은 구현할 수 없고, 검수할 수도 없다. 다만 분쟁이 될 수는 있다.
원칙 한 줄 — 형용사는 검수할 수 없다. 검수는 숫자에만 서명한다.
본 사례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익명화되었습니다. 기관·기업·시스템·인물은 특정할 수 없도록 각색되었습니다.
HFC의 관점
요구사항 명세의 형용사를 검수 가능한 숫자로 바꾸는 일은 개발 착수 전에 끝나야 합니다. HFC컨설팅은 요구사항 정의·검수기준 수립·변경 관리 체계에 대한 실무 자문을 제공합니다. 명세서 한 장을 두고 해석이 갈리고 있다면, 검수일이 오기 전에 문의해 주십시오.
1영업일 이내 답변 · 주식회사 에이치에프씨 컨설팅 · 대표이사 장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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