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MO 실전 노트 · Note 22
안건 3번은 여섯 주째
안건 3번이었다.
회의는 매주 열렸다 - 결정은 없었다 · HFC Consulting
운영위원회는 매주 목요일 오후 두 시에 열렸다. 여섯 번째 목요일, 회의는 정시에 시작해 정시에 끝났다. 결정된 것은 없었다.
장면 ✍️
금융기관의 연계 시스템 구축 사업이었다. 대외 기관과의 인터페이스 방식을 정해야 했다. 실시간 연동이냐, 일 단위 배치 이관이냐. 채널 부서는 실시간을 원했고 정보계 부서는 배치를 원했다. 각자의 논리는 정연했고, 양보할 이유는 서로 없었다.
위원장의 결론은 매주 같았다. 두 부서가 협의해서 다음 주에 가져오라는 것이었다. 회의록에는 매주 같은 문구가 적혔다. 계속 협의. 그 넉 자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문장이었고, 여섯 번 반복되는 동안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동안 개발팀은 두 방식을 모두 가정하고 설계를 벌려 두었다. 공수는 이중으로 들었고, 그 비용은 청구서 어디에도 적히지 않은 채 수급인이 흡수하고 있었다. 결정은 매주 미뤄지는데, 일정표의 종료일은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수급인 PM은 알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지연의 책임은 결정을 미룬 쪽이 아니라, 일정을 못 지킨 쪽에 적힌다는 것을.
그때의 선택
회의체를 바꿀 권한은 나에게 없었다. 대신 안건 서식을 바꿨다. 의사결정 안건에 세 칸을 추가했다. 결정 기한. 기한 내 미결정 시 적용할 기본안. 그리고 지연이 일정과 비용에 미치는 영향.
서식을 기습으로 올리지는 않았다. 회의 전에 위원장을 먼저 찾아가 취지를 보고했다. 위원장을 압박하는 장치가 아니라, 위원장이 결정을 요구할 명분을 만드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위원장은 서식 도입을 자신의 지시로 만들었다. 그편이 나았다. 서식의 힘은 누가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누구의 이름으로 운영되는지에서 나온다.
안건 3번에는 이렇게 적혔다. 기한은 차주 운영위. 미결정 시 배치 방식으로 설계를 확정. 지연 시 주당 2주 상당의 공정 영향. 결정하지 않는 것도 결정이라는 사실을, 발언이 아니라 서식으로 만든 것이다. 발언은 회의록에 남지만 서식은 다음 회의에 다시 올라온다.
두 주 뒤 안건 3번은 닫혔다. 기본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서가 움직였고, 위원장은 처음으로 표결을 요구했다. 결과는 실시간 연동이었다. 어느 쪽이 이겼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 그리고 그 날짜가 기록되었다는 것이 중요했다.
복기
회의체는 결정을 내리는 기구가 아니라 결정을 미루는 기구가 되기 쉽다. 참석자가 많을수록, 책임이 나뉠수록 그렇다. 11기 7화 ‘3자 회의체를 운영하는 법’에서 정리했듯, 회의체의 성패는 구성원의 직급이 아니라 운영 규칙이 가른다.
그리고 결정 지연은 그 자체로 변경의 한 형태다. 9기 6화 ‘변경 대응: 변경을 막지 말고 절차에 태워라’의 원칙은 미결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절차에 태우지 않은 미결정은 기록되지 않은 비용을 쌓고, 그 청구서는 언제나 가장 나쁜 시점에 도착한다.
원칙 한 줄
원칙 — 결정을 재촉하지 말고 미결정의 비용을 보이게 하라. 기한과 기본안이 없는 안건은 회의에 올리지 않는다.
그 사업에서 배운 것은 하나다. 사람은 결정을 미룰 수 있지만, 서식은 미루지 못한다.
본 사례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익명화되었습니다.
몇 주째 같은 안건이 회의에 올라오고 있습니까
HFC컨설팅은 사업 거버넌스와 의사결정 체계의 설계·운영을 지원합니다. 결정이 흐르는 회의체를 서식과 규칙으로 만들어 드립니다.
1영업일 이내 답변 · 주식회사 에이치에프씨 컨설팅 · 대표이사 장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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