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의 데이터 발주 가이드 · Ep.02
원천 시스템이 몇 개냐고 물었다.
부서마다 답이 달랐다.
발주 전에 우리 데이터부터 - 현황 진단의 기술 · HFC Consulting
착수 회의에서 수행사 PM이 물었다. 학습에 쓸 데이터의 원천 시스템이 모두 몇 개입니까. 정보화 부서는 열두 개라고 답했다. 현업 부서는 열여섯 개를 꼽았다. 지난달 퇴직한 차장의 엑셀 파일에는 스물한 개가 적혀 있었다. 그 조직의 데이터 지도는 시스템이 아니라 한 사람의 머릿속에 있었고, 그 사람은 이제 없었다. 사업은 첫 주부터 고고학이 되었다.
진단 없이 발주하면 생기는 일
데이터 현황을 모른 채 발주된 사업의 제안요청서에는 대체로 한 문장이 들어간다.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는 발주기관이 제공한다. 이 문장은 약속이 아니라 공백이다. 무엇을, 언제까지, 어떤 품질로 제공하는지가 없기 때문이다. 수행사는 이 공백 위에 견적을 쓴다. 낙찰 후 데이터를 열어 본 수행사가 재산정을 요구하면 과업범위 분쟁이 되고, 요구하지 못하면 품질 저하로 돌아온다. 어느 쪽이든 청구서는 발주자에게 온다.
가트너 조사에서 조직의 63%가 AI에 맞는 데이터 관리 관행을 갖추지 못했거나 갖췄는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확신하지 못한다는 답이 확신한다는 답보다 정직할 때가 많다. 진단은 그 정직함을 숫자로 바꾸는 절차다.
첫 번째 산출물 - 데이터 자산 목록
진단의 첫 산출물은 데이터 자산 목록이다. 화려한 도구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네 가지 질문에 대한 전수 답변이다.
| 질문 | 확인 내용 | 공백 시 리스크 |
|---|---|---|
| 어디에 있는가 | 원천 시스템·테이블·파일의 소재 | 착수 후 숨은 원천 발견 |
| 누구의 것인가 | 원장 관리 부서·담당자 | 제공 협의의 지연 |
| 어떻게 생겼는가 | 코드 체계·표준 용어·이력 변경 | 통합 시 정합성 붕괴 |
| 살아 있는가 | 갱신 주기·최종 적재 일시 | 낡은 데이터로 학습 |
공공 부문이라면 이 작업의 상당 부분에 이미 참조 체계가 있다. 행정안전부의 공공데이터 품질관리 매뉴얼은 데이터 생애주기별 관리 활동과 진단 절차를 단계별로 정리해 두었다. 민간 기업도 이 틀을 빌려 쓰는 데 제약이 없다.
완성된 자산 목록은 제안요청서의 첨부 문서가 된다. 효과는 양방향이다. 수행사들은 추측 대신 실태 위에서 견적을 쓰므로 제안 간 비교가 공정해지고, 실태를 모르는 채 던지는 저가 투찰의 왜곡도 줄어든다. 좋은 진단은 발주자만 돕는 것이 아니라 입찰 시장 전체의 품질을 끌어올린다.
두 번째 산출물 - 품질 표본 진단
목록이 지도라면 표본 진단은 수질 검사다. 전수 검사는 진단 단계의 일이 아니다. 핵심 업무 데이터 몇 개 영역을 골라 결측률, 중복률, 코드 불일치율을 실측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보다 숫자가 만들어 내는 감각이다. 고객 마스터의 중복률이 12%라는 실측치가 나오는 순간, 데이터는 충분하다는 회의실의 낙관은 사라진다. 예산과 일정의 협상이 그 실측치 위에서 시작된다. 낙관을 이기는 것은 설득이 아니라 측정이다.
진단을 과업으로 만드는 법
진단은 본사업 안에 끼워 넣지 말고 앞에 세워야 한다. ISP나 사전 컨설팅 단계에 데이터 현황 진단을 명시적 과업으로 넣는 방법이 정석이고, 그 여유가 없다면 본사업 착수 첫 달을 진단 단계로 분리해 진단 결과에 따른 범위 재확정 절차를 계약에 미리 담는 방법이 차선이다. 6기 RFP 가이드 1화에서 썼듯, 제안요청서의 품질은 요청서를 쓰기 전에 결정된다. 데이터 사업에서 그 결정의 이름이 진단이다.
진단 단계 점검 — 데이터 자산 목록의 전수 작성 / 원장 관리 부서·담당자 지정 / 핵심 영역 품질 표본 실측 / 진단 결과의 RFP 첨부 여부 / 범위 재확정 절차의 계약 반영
예상되는 반론
반론. 진단에 별도 예산을 쓸 여유가 없다. 그 돈이면 본사업 과업을 늘리는 편이 낫지 않은가.
대응. 진단 비용은 본사업의 보험료다. 규모는 통상 본사업의 몇 퍼센트 수준이지만, 그것이 막는 것은 착수 후 재산정 분쟁, 일정 지연, 품질 미달 재작업이다. 셋 중 하나만 발생해도 진단 비용을 넘는다. 그리고 진단 산출물은 이번 사업에서 소모되지 않는다. 자산 목록과 실측치는 다음 사업의 제안요청서에도 그대로 쓰인다. 한 번 사서 여러 번 쓰는 문서다.
반론. 어차피 수행사가 착수하면 데이터 분석부터 한다. 진단이 중복 아닌가.
대응. 시점이 성격을 바꾼다. 착수 후의 분석은 수행사의 손에서 견적 방어의 자료가 된다. 발주 전의 진단은 발주자의 손에서 협상과 설계의 자료가 된다. 같은 작업이라도 누가, 언제, 누구를 위해 하느냐에 따라 결과 문서의 편이 갈린다. 발주자가 자기 데이터의 실태를 수행사보다 늦게 아는 구도, 그것이 진단 없는 발주의 실제 모습이다.
수위를 재지 않고 취수장을 짓는 사람은 없다. 수질을 모르고 정수 설비를 발주하는 사람도 없다. 데이터라고 다를 이유가 없다. 지도 없이 발주된 데이터 사업은 견적이 아니라 추측을 사는 일이다. 다음 편에서는 그 지도를 들고 과업범위를 잠그는 법을 다룬다.
📎 더 읽을거리
· Gartner, Lack of AI-Ready Data Puts AI Projects at Risk - 조직 63%가 AI에 맞는 데이터 관리 관행을 확신하지 못한다는 조사
· 행정안전부, 공공데이터 품질관리 매뉴얼 ver 2.1 - 데이터 생애주기별 품질관리 활동과 진단 절차의 공식 참조 체계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계약·조달 관련 구체적 사안은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우리 조직의 데이터 지도, 지금 그릴 수 있으십니까
HFC컨설팅은 데이터 자산 목록화와 품질 표본 진단, 진단 결과의 RFP 반영까지 발주 전 단계를 지원합니다.
1영업일 이내 답변 · 주식회사 에이치에프씨 컨설팅 · 대표이사 장기석
📚 AI 시대의 데이터 발주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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