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주자를 위한 AI 계약 가이드 · Ep.03
개발비는 줄었다는데,
총액은 왜 그대로인가.
AI로 반값이 됐다는데, 왜 견적은 그대로입니까 · HFC Consulting
견적 협상 자리. 발주 담당자가 기사 하나를 테이블에 올린다. AI 도입으로 개발 생산성이 배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이 정도면 견적이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수급인 측 임원이 답한다. "빨라진 것은 코딩이고, 저희가 납품하는 것은 시스템입니다." 양쪽 모두 틀린 말이 아니다. 문제는 계약서의 대가산정 방식이 이 논쟁을 정리할 언어를 갖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투입 공수(M/M) 단가표는 사람이 코드를 작성하던 시기의 통화다. 그 전제가 흔들리면, 단가표의 신뢰도 함께 흔들린다.
투입 공수 산정의 균열
동일한 화면 하나를 개발자 A는 AI 도구로 반나절에 구현하고, 개발자 B는 사흘에 구현한다. 투입 공수 기준으로는 B의 작업이 여섯 배 비싸다. 산출물은 같다. 발주자가 이 단가표를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고 "AI를 쓰니 대가를 절반으로 하자"는 요구도 성립하지 않는다. 1기 연재에서 확인했듯, AI는 코딩 시간을 줄이는 대신 검증·보안점검·문서화라는 새로운 공수를 만든다. 줄어든 항목과 늘어난 항목을 같은 표 위에 올려놓아야 협상이 성립한다.
세 가지 산정 방식의 비교
현재 실무에서 검토할 수 있는 방식은 세 가지다. 어느 하나가 정답은 아니며, 사업의 성격과 요구사항의 확정 수준에 따라 조합한다.
| 산정 방식 | 강점 | 유의점 |
|---|---|---|
| 투입 공수형 (M/M) | 관행상 익숙하고 조달 규격과 호환 | AI 생산성 변동을 반영하지 못함 |
| 기능 단위 정액형 | "무엇이 나왔는가"에 대가를 연동 | 요구사항 확정도가 낮으면 분쟁 소지 |
| 혼합형 (공정별 분리) | 코딩은 정액, 검증·이행은 공수로 현실 반영 | 산정 구조가 복잡해져 관리 부담 증가 |
방향은 분명하다. 대가의 무게중심을 "얼마나 오래 일했는가"에서 "무엇이 검증되어 나왔는가"로 옮기되, 검증·보안·문서화 공수를 별도 항목으로 신설해 총액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공공 조달 환경이라면 현실적인 제약이 하나 더 있다. 예산 편성과 사업 대가 산정이 소프트웨어사업 대가 기준 등 공수 기반 규격에 묶여 있는 경우다. 이때는 산정의 외형은 규격을 따르되, 과업내용서에서 검증·보안점검·문서화를 독립된 과업 항목으로 정의하는 방식으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형식은 규격에 맞추고, 실질은 계약 문서에 남기는 접근이다.
계약서에 넣을 문구
① 산정 기준 조항
"본 계약의 대가는 상호 합의한 기능 단위 산출물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수급인의 AI 도구 활용에 따른 생산성 변동은 그 자체로 대가 조정 사유가 되지 아니하며, 검증·보안점검·문서화에 소요되는 공수는 별도 항목으로 산정하여 명시한다."
② 재산정 트리거 조항
"과업범위의 100분의 30 이상이 변경되거나, 대가산정의 전제로 상호 확인한 개발 방식·생산성 조건이 현저히 달라진 경우, 각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대가 재산정 협의를 서면으로 요청할 수 있다."
예상 반론과 대응
반론 1. "검증 공수를 별도 항목으로 잡으면 총액이 오히려 커 보입니다."
대응. 커 보이는 것이 아니라 숨어 있던 것이 드러나는 것이다. 검증 공수가 표에 없다고 그 일이 사라지지 않는다. 견적에 없던 일은 품질에서 빠지거나 일정에서 터진다. 둘 다 발주자의 비용이다.
반론 2. "기능 단위 산정은 요구사항이 자주 바뀌는 사업에 불리합니다."
대응. 옳은 지적이며, 그래서 재산정 트리거를 함께 넣는다. 범위 변경이 기준선을 넘으면 재협의가 열리는 구조가 있어야, 정액형이 어느 한쪽의 일방적 부담으로 기울지 않는다.
대가산정 체크포인트 — 기능 단위 산정 비중 확대 검토 / 검증·보안·문서화 공수의 별도 항목화 / 산정의 전제(개발 방식·생산성)를 계약 문서에 기록 / 재산정 트리거 기준선 명시 / "AI니까 반값" 요구는 검증 비용의 부메랑임을 유념
대가 협상의 목표는 깎는 것이 아니라 정확해지는 것이다. 정확한 산정표는 수급인에게는 안전판이 되고, 발주자에게는 품질의 담보가 된다. 대가를 정리했으면 다음은 증거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 우리에게 남는 것의 목록, 산출물 정의로 넘어간다.
※ 본 연재의 계약 문구는 일반적 참고용이며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실제 계약 시 법무 검토를 권장합니다.
📎 더 읽을거리
· SW사업 대가산정 가이드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 국내 공수 기반 대가산정의 표준, 매년 개정판 공표
· 소프트웨어 분야 표준계약서 6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대가 지급·조정 조항의 표준 문안
HFC Consulting의 관점
견적 협상을 앞두고 계시다면, 제안받은 산정 내역서를 보내 주십시오. 검증 공수가 어디에 반영되어 있는지, 혹은 빠져 있는지를 항목 단위로 확인해 드립니다.
1영업일 이내 답변 · 주식회사 에이치에프씨 컨설팅 · 대표이사 장기석
📚 연재 · 발주자를 위한 AI 계약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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