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시대의 제안서 작성 가이드 · Ep.06
지킬 수 없는 약속은
제안서에서 계약서로 옮겨 간다.
AI 활용 조건에 답하기: 약속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 HFC Consulting
RFP에 이런 조항이 있다. "수급인은 본 사업 수행 시 생성형 AI 도구 사용 내역을 전건 기록하고, 발주기관의 요청 시 제출하여야 한다." 제안 팀은 잠시 침묵한다. 개발자 마흔 명이 하루에 수백 번 쓰는 도구의 사용 내역을, 전건, 기록한다.
이런 조항에 "준수하겠습니다" 세 글자로 답하는 것이 가장 쉬운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세 글자는 제안서에서 계약서로, 계약서에서 검수 항목으로 옮겨 간다. 이행할 수 없는 약속은 수주가 아니라 채무다.
발주자는 왜 이런 조건을 쓰는가
6기 Ep.05 (AI 활용 조건, RFP에 먼저 쓴다)에서 발주자에게 권한 것은 세 가지였다. 도구 표준, 데이터 반출 통제, 산출물 지식재산권. 세 가지 모두 정당한 요구다. 문제는 요구의 정당성이 아니라 이행 가능성의 수준이 RFP에서 특정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이 국면의 일은 거절이 아니라 번역이다. 발주자가 지키고 싶은 이익을, 우리가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 통제 방식으로 바꿔 제안서에 쓴다. 그것이 받아들여지면 계약 조건이 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 사업은 Ep.01의 판정으로 되돌아간다.
세 분면의 응답 원칙
AI 조건 응답 판단표 (도구·데이터·지식재산권)
① 도구 — 약속 가능: 승인된 도구 목록 운영, 도구 변경 시 사전 통지, 도구별 관리 책임자 지정
② 도구 — 약속 위험: 개별 사용 내역 전건 기록·제출 (기술적 이행 가능성과 개발 생산성을 모두 해친다)
③ 데이터 — 약속 가능: 실데이터 반출 금지, 폐쇄망·전용 인스턴스 사용, 비식별 처리 후 활용, 위반 시 제재 수용
④ 데이터 — 약속 위험: 모델 학습에 일절 사용되지 않음을 "보증" (제3자 서비스의 내부 동작까지 보증하는 셈이 된다)
⑤ 지재권 — 약속 가능: 산출물의 발주기관 귀속, 제3자 권리 침해 없음의 상당한 주의 의무
⑥ 지재권 — 약속 위험: 생성 코드의 저작권 비침해를 무제한 보증·무한 배상 (현 기술 수준에서 완전 입증이 불가능하다)
약속 가능 항목과 위험 항목을 가르는 것은 조건의 엄격함이 아니라 이행 검증의 가능성이다. 실데이터 반출 금지는 엄격하지만 통제 가능하다 — 망 분리와 접근 권한으로 강제할 수 있고, 위반 여부를 로그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학습 미사용 보증은 문장은 짧아도 우리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엄격해 보이는 조건이 오히려 안전하고, 간단해 보이는 문장이 위험한 경우가 많다.
위험 항목을 만나면 제안서에 세 문장을 쓴다. 발주자의 목적을 이해했다는 확인, 우리가 제공할 대체 통제 수단, 그 수단이 목적을 어떻게 달성하는가. 예를 들어 ②에는 이렇게 답한다 — 전건 기록 대신 프로젝트 단위 사용 로그와 산출물 검증 기록을 제출하며, 이는 개별 기록보다 품질 책임 추적에 실효적이다.
보증과 면책의 경계
④와 ⑥이 특히 무겁다. 2기 Ep.06 (보증·면책 조항)이 발주자 쪽에서 다룬 그 조항을, 수급인은 반대편에서 읽어야 한다. 보증의 범위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그것은 리스크 이전이 아니라 리스크 인수다.
판단의 기준은 하나로 정리된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의무로 받고,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보증하지 않는다. 승인 도구 목록을 운영하는 일은 우리 손 안에 있다. 제3자 서비스 제공자가 내부적으로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는지는 우리 손 밖에 있다. 이 선을 제안서에서 긋지 못하면, 계약서에서는 더 긋기 어렵다.
현실적인 착지점은 대개 세 가지 조합이다. 통제 가능한 행위에 대한 의무 이행(상당한 주의), 위반 사실 확인 시의 시정 의무, 그리고 배상 상한의 설정. 무제한 보증을 제안서에서 덜컥 수용하면, 협상 단계에서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다 — 이미 제안 조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상 반론과 대응
반론. "조건을 문제 삼으면 감점된다. 일단 수용하고 나중에 협의하면 된다."
대응. 계약 후의 협상력은 발주자에게 있다. Ep.01에서 짚은 대로, 수주 후에 열리는 협의는 거의 없다. 그리고 대체 통제 수단을 제시하는 응답은 감점 요인이 아니라 역량의 증거다. 평가위원 입장에서 "전건 기록하겠습니다"라고 쓴 회사보다, 왜 그것이 실효적이지 않고 무엇이 대안인지 아는 회사가 더 미덥다.
반론. "경쟁사는 전부 수용한다고 쓸 텐데 우리만 조건을 달면 진다."
대응. 그럴 수 있다. 그때 필요한 것이 하한선이다. 이행 불능 조건을 수용하고 얻은 수주는 손실의 시작이며, 그 판단은 가격의 하한선(Ep.04)과 같은 성격이다. 다만 형식을 다듬을 여지는 있다 — "불수용"이 아니라 "대체 이행 방안 제시"로 쓰면, 평가에서 잃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기록은 남는다.
체크포인트 — 거절이 아니라 번역 / 통제 가능한 범위만 보증 / 무제한 보증은 제안 단계에서 막는다 / 대체 이행 방안은 감점이 아니라 역량 / 수주 후 협의는 열리지 않는다
약속의 크기가 아니라 이행의 확실성이 신뢰를 만든다. 그것이 두 번째 사업을 부른다.
본 글의 내용은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으며, 실제 제안·계약 시 법무 검토를 권장합니다.
📎 더 읽을거리
APMP — 제안·비드 관리 전문가 국제 협회. 요구 조건 대응(Compliance) 원칙의 국제적 논의.
Shipley Associates — 비드·캡처 방법론의 사실상 표준. 요구 조건 매트릭스와 예외 처리(Exception) 관행의 원류.
HFC의 관점
RFP의 AI 활용 조건에 어떻게 답할지 고민 중이시라면, 조항별로 약속 가능 여부와 대체 이행 방안을 함께 정리해 드립니다.
1영업일 이내 답변 · 주식회사 에이치에프씨 컨설팅 · 대표이사 장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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