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의 운영·유지보수 · Ep.04
버그는 확실했다.
누구의 버그인지가 불확실했다.
하자담보책임의 경계: AI가 만든 버그는 누구 책임인가 · HFC Consulting
하자보수기간 중 결함이 발견되었다. 수급인은 이것이 새 요구에 가깝다고 했다. 발주기관은 원래 요구의 미구현이라고 했다. 근거로 양쪽 모두 같은 요구사항 문서를 인용했다. 문서는 하나였는데 해석은 둘이었다.
이번 화는 하자와 신규 요구를 가르는 경계선에 관한 이야기다.
오픈 전 가정 — 하자보수기간이 있으니 문제없다
많은 계약이 하자보수기간을 두는 것으로 안심한다. 일정 기간 무상으로 결함을 고쳐준다는 조항이 있으니, 오픈 후의 위험은 이미 관리되었다고 본다. 이 가정은 결함의 정의가 명확하다는 것을 전제한다.
오픈 후 현실 — 정의가 흔들리는 지점
AI가 생성한 코드가 섞인 시스템에서는 결함의 원인 추적이 더 어렵다. 프롬프트가 요구를 정확히 반영했는가, 생성된 코드가 프롬프트를 정확히 구현했는가, 검증 과정에서 놓쳤는가. 층이 늘어난 만큼 "이것이 원래 있어야 할 기능인가, 아니면 없어도 되는 기능인가"의 판단도 더 자주 갈린다. 요구사항의 확정도를 등급으로 나눠 두지 않았다면, 그 애매함이 고스란히 하자 분쟁으로 넘어온다.
요구를 확정·방향확정·탐색으로 나눠 표기하는 방법은 6기 3화에서 다뤘다. 그 등급 표기가 남아 있다면, 하자 판정도 그 등급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확정 등급에서 벗어난 결과는 하자이고, 탐색 등급에서 나온 결과는 애초에 확정된 약속이 없었으므로 신규 협의 대상이다.
문제는 많은 하자보수기간 계약이 이 등급 정보를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수가 끝나면 요구사항정의서는 캐비닛으로 들어가고, 하자보수 담당자는 그 문서를 다시 열어 볼 이유가 없다. 결국 판정은 담당자의 기억과 인상에 의존하게 되고, 기억은 발주자와 수급인 사이에서 서로 다르게 남는다. 같은 회의에 있었던 두 사람이 전혀 다른 내용을 기억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등급 표기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판정을 쉽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판정을 기억이 아닌 기록에 근거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판정 기준과 요청 양식
하자·신규 구분 판정 기준 4
① 해당 기능이 확정(A)등급 요구에 명시되어 있었는가 — 있었다면 하자 추정.
② 검수 시점에 시연·확인된 기능인가 — 확인되었다면 하자 추정.
③ 요구 문서에 없던 조건에서 발생한 문제인가 — 없었다면 신규 추정.
④ 판단이 갈리는 경우, 원인 분석 결과(프롬프트/생성 코드/검증 절차 중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근거로 협의한다.
하자보수 요청 양식 (예시) — 접수 시 아래 항목을 함께 기재한다.
① 재현 절차와 관련 요구사항 문서 항목 번호
② 검수 시점 확인 여부(시연 기록·검수조서 인용)
③ 발주기관·수급인 각각의 1차 판단과 근거
예상 반론과 대응
반론 — "원인 분석까지 요구하면 하자보수 처리 속도가 느려진다. 빠른 대응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대응 — 수정과 판정은 분리할 수 있다. 급한 결함은 우선 조치하고, 비용 귀속 판정은 원인 분석 완료 후 별도로 진행하면 된다. 이 분리 자체를 요청 양식에 명시해 두면, "일단 고치고 나중에 다투는" 절차가 계약상 근거를 갖게 된다. 계약의 보증·면책 조항 설계는 2기 6화에서 다뤘고, 이 절차는 그 조항의 운영 매뉴얼이다.
원인 분석에 드는 시간도 관리 대상이다. 분석이 길어질수록 판정은 늦어지고, 판정이 늦어질수록 양측의 입장은 굳어진다. 원인 분석에 상한 기한(예: 접수 후 5영업일)을 두고, 기한 내 결론이 나지 않으면 우선 하자로 간주해 처리한 뒤 사후 정산하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 판정의 정확성과 대응의 속도는 종종 상충하며, 그 상충을 어떻게 절충할지 미리 정해 두는 것이 계약의 몫이다. 정하지 않으면 매 사건마다 그 절충을 처음부터 다시 협상해야 하고, 협상의 결과는 그날의 협상력에 좌우된다.
체크포인트 — 요구 등급별 하자 판정 기준 / 수정과 판정의 분리 절차 / 원인 분석 근거 요구 / 요청 양식의 항목 표준화
이 판정 기준은 발주기관만을 위한 장치가 아니다. 수급인 입장에서도 명확한 기준은 방어막이다. 기준이 없으면 모든 애매한 결함이 "일단 수급인 책임"으로 몰릴 위험이 있고, 관계가 나쁠수록 그 경향은 강해진다. 미리 합의된 판정 기준은 양측 모두를 감정적 줄다리기에서 꺼내, 근거 위에서 대화하게 만든다. 근거가 있는 대화는 관계를 상하지 않고, 관계가 상하지 않아야 다음 하자보수 요청도 순조롭게 접수된다. 판정 기준은 결국 다음 요청이 도착했을 때 서로를 다시 신뢰할 수 있게 해 주는 장치다. 신뢰가 유지되는 하자보수기간은 협력의 시간이 되고, 신뢰가 무너진 하자보수기간은 소모전이 된다. 그 갈림길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판정 기준을 미리 써 두었는가라는, 지극히 사소해 보이는 문서 한 줄이다. 사소해 보이는 문서일수록 위기의 순간에 가장 크게 작동한다. 그 근거가 계약서에 있을 때, 하자보수는 매번 새로 협상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정해진 절차를 따르는 일이 된다.
하자보수기간은 안전망이지 자동 판정기가 아니다. 경계선을 미리 그어 두지 않으면, 그 안전망 위에서 매번 새로 다퉈야 한다.
📎 더 읽을거리
소프트웨어 진흥법 시행령 (국가법령정보센터) — 소프트웨어사업의 하자보수 관련 규정 원문
HFC의 관점
귀사의 하자보수 요청서에는 판정 근거를 기재할 자리가 있습니까. HFC컨설팅은 요구 등급과 검수 기록을 연결한 하자·신규 판정 체계를 설계합니다.
1영업일 이내 답변 · 주식회사 에이치에프씨 컨설팅 · 대표이사 장기석
본 연재의 문구·양식 예시는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으며, 실제 발주·계약 시 법무 검토를 권장합니다.
'IT 인사이트 > AI 시대의 운영·유지보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장애 대응: 자동복구 시대,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06/08) (0) | 2026.07.30 |
|---|---|
| AI 운영비용: 보이지 않던 비용이 청구서로 온다 (05/08) (0) | 2026.07.30 |
| 이관: 지식은 문서가 아니라 사람 안에 있다 (03/08) (0) | 2026.07.30 |
| SLA: AI 시대에 다시 쓰는 서비스수준협약 (02/08) (0) | 2026.07.30 |
| 오픈 다음 날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01/08) (0) | 2026.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