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의 운영·유지보수 · Ep.02
가용성은 99.9%였다.
신뢰는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
SLA: AI 시대에 다시 쓰는 서비스수준협약 · HFC Consulting
월간 SLA 보고서는 매달 초록이었다. 가용성 99.9%, 평균 응답시간 기준 이내. 그런데 현업 부서의 민원은 줄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운영 책임자가 원인을 캐물었다. 답은 단순했다. SLA가 재는 것과 현업이 겪는 것이 다른 문제였다.
이번 화는 AI가 들어온 시스템에서 SLA를 다시 설계하는 법이다.
오픈 전 가정 — 서버가 살아있으면 서비스는 정상이다
전통적인 SLA는 인프라의 언어로 쓰였다. 서버가 응답하는가, 화면이 규정 시간 안에 뜨는가. 이 가정 위에서는 가용성과 응답시간만 재도 충분했다. 시스템이 살아있으면 서비스는 정상이라는 가정이 성립했기 때문이다.
오픈 후 현실 — 살아있지만 틀리는 시스템
AI 기반 기능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실패 모드가 생겼다. 서버는 응답하는데 결과가 틀린 경우다. 분류 모델의 정확도가 서서히 떨어지는 드리프트, 자동화된 처리가 예외 상황에서 조용히 실패하는 경우, 담당자가 매번 결과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 이 셋 다 가용성 지표에는 잡히지 않는다. 서버는 100% 살아있는데, 서비스는 신뢰를 잃는다.
| 전통 SLA 지표 | 재는 것 | 놓치는 것 |
|---|---|---|
| 가용성 | 서버 응답 여부 | 결과의 정확도 |
| 응답시간 | 처리 소요 시간 | 사람이 다시 확인하는 빈도 |
| 장애 건수 | 중단·오류 발생 | 조용한 성능 저하 |
검수 단계에서 업무 지표를 완료 기준에 넣어야 한다는 원칙은 6기 7화에서 다뤘다. SLA는 그 원칙의 운영판이다. 검수기준이 오픈 시점의 완료를 정의한다면, SLA는 오픈 이후 매달의 완료를 정의한다.
문제는 이 격차가 한동안 조용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정확도 드리프트는 급격하게 오지 않는다. 몇 주에 걸쳐 서서히 낮아지다, 어느 날 현업 부서의 항의가 쏟아지고 나서야 발견된다. 그 시점에는 이미 원인 추적이 어렵다. 언제부터 낮아졌는지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측정하지 않은 것은 관리되지 않고, 관리되지 않은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문제로만 존재한다. 담당자를 탓하기도 어렵다. 애초에 지켜야 할 기준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SLA에 넣을 문구
AI 운영 지표 3종 정의 (SLA 조항 삽입용)
① 정확도 드리프트 — "AI 기반 판정 기능의 정확도는 분기별 표본 검증을 실시하며, 직전 분기 대비 하락폭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원인 분석과 재조정 계획을 제출한다."
② 자동화 실패율 — "자동화 처리 중 예외 발생으로 사람의 개입이 필요했던 건의 비율을 월별로 집계·보고한다."
③ 인간 개입 비율 — "AI 산출 결과를 담당자가 수정하거나 기각한 비율을 측정하며,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경우 모델 또는 프롬프트 개선을 협의한다."
예상 반론과 대응
반론 — "정확도나 드리프트는 측정 방법 자체가 불확실하다. 계약 조건으로 걸 만큼 검증 가능한가."
대응 — 처음부터 벌점 조항으로 걸 필요는 없다. 우선 측정하고 보고하는 의무만 계약에 넣는 것으로 시작한다. 측정 없이는 벌점도, 개선도 불가능하다. 몇 분기 데이터가 쌓이면 그때 목표 수준과 벌점을 논의할 수 있다. 측정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SLA 재설계의 절반이다.
측정 방법 자체도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다. 표본을 뽑아 사람이 확인하는 수동 검증으로 시작해도 된다. 중요한 것은 "이 지표는 측정하지 않는다"는 침묵을 깨는 것이지, 첫 회부터 완전 자동화된 측정 체계를 갖추는 것이 아니다. 완벽한 측정을 기다리다 아무것도 재지 않는 쪽보다, 거친 측정이라도 시작하는 쪽이 SLA를 살아있게 만든다. 표본 검증에서 시작해 몇 분기 뒤 자동화된 상시 측정으로 넘어가는 로드맵을 계약 부속서에 남겨 두면, 이 발전 방향 자체가 합의된 계획이 된다.
체크포인트 — 정확도·드리프트 측정 조항 존재 / 자동화 실패율 집계 의무 / 인간 개입 비율 보고 / 측정 방법의 사전 합의 / 목표 미달 시 대응 절차
SLA를 다시 쓰는 협상이 늘 순탄한 것은 아니다. 기존 계약의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는 편이 서로에게 익숙하고, 새 지표를 넣자는 제안은 어느 한쪽에는 부담으로 읽히기 쉽다. 그럼에도 이 협상을 미루면 안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측정하지 않는 위험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태로 남기 때문이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위험은 결국 가장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 대개는 현업 부서의 말단 담당자가 떠안는다. 계약 협상 테이블에 없던 사람이 계약의 공백을 대신 메우는 셈이다. SLA를 다시 쓰는 일은 그래서 협상의 문제이기 이전에, 그 공백을 누가 떠안을 것인가를 정하는 공정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관점을 협상 테이블에 함께 올리면, 지표 추가는 부담이 아니라 공정한 분담으로 읽힌다. 문제가 터졌을 때에야 "이건 SLA 밖의 일이었다"는 말이 나오고, 그 말은 발주기관에도 수급인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용성은 시스템이 살아있다는 증명이다. 신뢰는 시스템이 옳다는 증명이다. SLA가 전자만 재는 한, 후자는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 더 읽을거리
SW사업 대가산정 가이드 2025년 개정판 (소프트웨어산업협회) — 유지관리 대가와 서비스 수준의 연동 기준 원문
공공 정보시스템 유지보수 대가 산정, 현실과 괴리 심각 (아이티데일리) — 운영 단계 지표·대가 산정의 현장 격차 보도
HFC의 관점
귀사의 SLA는 서버의 건강을 잽니까, 서비스의 신뢰를 잽니까. HFC컨설팅은 AI 기반 기능이 들어온 시스템에 맞는 SLA 지표를 설계하고, 측정 체계 구축까지 지원합니다.
1영업일 이내 답변 · 주식회사 에이치에프씨 컨설팅 · 대표이사 장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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