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의 클라우드·인프라 발주 가이드 · Ep.06
들어가는 문은 넓었다.
나가는 문은 그려져 있지 않았다.
종속 없이 사는 법 - 전환 비용과 출구 조항 · HFC Consulting
계약의 힘은 서명하는 날이 아니라 떠나겠다고 말할 수 있는 날에 측정된다. 조달의 언어로 바꾸면, 협상력의 원천은 대안의 존재이고, 대안의 존재는 계약서와 아키텍처가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이다. 떠날 수 없는 고객에게 갱신 협상은 협상이 아니라 통보 수령이다. 공급자도 그것을 안다. 어느 고객이 떠날 수 있고 어느 고객이 떠날 수 없는지는, 그 고객의 아키텍처와 계약서를 보면 공급자 쪽에서 먼저 계산이 끝나 있다.
데이터 플랫폼 조달에서 다뤘던 종속의 문제(12기 6화)를, 이번에는 인프라 계약 전체로 확장한다. 종속의 구조, 규제의 움직임, 그리고 계약서에 넣을 다섯 줄의 순서로 간다.
떠나지 못하는 계약의 구조
종속은 음모가 아니라 구조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옮길 비용이 커지고, 고유 서비스를 쓸수록 다른 곳에서 돌지 않는 코드가 늘어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실태조사도 같은 진단을 내렸다. 특정 사업자 의존이 높고, 상호운용성과 데이터 이동의 비용 때문에 전환과 멀티클라우드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공정위 실태조사 결과 해설, 2022).
전환 비용의 대표 항목이 이그레스, 즉 데이터 반출 요금이다. 데이터를 들여올 때는 무료이거나 저렴하지만 내보낼 때는 용량 단위로 과금되는 구조여서, 쌓인 데이터의 양이 곧 떠날 때의 관세가 된다. 수백 테라바이트를 쌓은 뒤에 계산해 보는 반출 비용은 대개 전환 논의 자체를 멈춰 세운다.
종속의 청구서는 갱신 시점에 도착한다. 단가 인상을 받아들이거나, 그보다 큰 전환 비용을 치르거나. 하루아침에 4배가 된 단가 앞에서 대안이 없던 사례(Brief 16)가 바로 그 장면이다.
규제가 먼저 움직였다
유럽은 이 구조를 법으로 손대기 시작했다. 2025년 9월 12일부터 적용된 EU 데이터법은 클라우드 전환을 고객의 권리로 만들었다. 해지 통지 기간은 최대 2개월, 전환 기간은 원칙 30일로 계약에 명시해야 하고, 전환 수수료는 2027년 1월 12일부터 전면 금지된다. 이전할 수 있는 데이터의 목록과 전환 절차까지 계약서의 필수 기재 사항이다(Deloitte Legal).
국내 발주자가 유럽 법의 직접 수혜자는 아니다. 그러나 이 조항 목록은 훌륭한 참조점이다. 규제가 공급자에게 강제하기 시작한 항목이라면, 발주자가 계약 협상에서 요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글로벌 공급자들은 이미 유럽 고객 계약에 이 조항들을 반영하고 있다. 같은 공급자와 계약하는 국내 발주자가 "유럽 표준 계약과 같은 수준의 전환 조항"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근거 있는 요구다. 공정위의 실태조사가 같은 문제를 지목한 이상, 국내 규제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출구 조항 다섯 줄
계약서에 있어야 할 출구 조항
① 데이터 반환 — 형식(개방형 포맷 지정), 범위(메타데이터·설정 포함), 기간
② 삭제 증명 — 반환 후 잔존 사본의 삭제 시점과 증빙 방법
③ 전환 지원 — 공급자의 협조 의무와 지원 범위, 대가
④ 전환 비용 — 이그레스·수수료의 상한 또는 면제 조건
⑤ 병행 운영 — 전환 기간 중 신구 환경 병행 사용 조건
다섯 줄의 공통점은 계약 종료가 아직 상상되지 않는 시점, 즉 계약 체결 시점에만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떠나고 싶어진 날에 요구하는 출구 조항은 협상 카드가 아니라 사정이다.
조항은 넣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반환 조항이 있어도 실제 반환된 데이터가 열리지 않으면 없는 조항과 같다. 그래서 연 1회, 반환 절차를 표본으로 실행해 보는 리허설을 운영 과업에 넣을 만하다. 표본 데이터를 계약된 형식으로 받아 다른 환경에서 열어 보는 것이다. 이관 리허설을 마지막 달에야 처음 해 보는 사업이 어떻게 되는지는 데이터 연재에서 이미 보았다.
출구는 입찰 때 설계된다
계약 조항이 출구의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아키텍처다. 개방형 포맷과 표준 인터페이스를 RFP 단계에서 요구하고, 특정 공급자 고유 기능에 대한 의존을 설계 검토 항목으로 만들어야 한다. 고유 기능을 쓰는 결정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대가를 모르고 쓰는 것이 잘못이다. "이 기능을 쓰면 전환 시 무엇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가"를 산출물로 남기게 하면, 종속은 사고가 아니라 관리되는 선택이 된다.
반론 — "이동 가능성을 유지하려면 멀티클라우드인데, 비용이 두 배가 되지 않는가."
대응 — 목표는 상시 이중 운영이 아니라 이동 가능성의 보존이다. 개방형 포맷, 코드형 인프라, 컨테이너 표준을 지키는 비용은 이중 운영 비용의 일부에 불과하다. 보험에 비유하면, 두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이사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 보험료를 아낀 조직이 갱신 협상에서 치르는 값은 보험료의 몇 배가 된다.
출구까지 설계했다면 계약의 골격은 섰다. 남은 것은 매달 도착하는 청구서와의 싸움이다. 다음 화는 종량제 예산을 통제하는 거버넌스를 다룬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계약·법률 판단은 반드시 전문가의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 더 읽을거리
EU 데이터법의 클라우드 전환 규정 (Deloitte Legal) — 통지·전환 기간과 수수료 금지 일정의 정리
공정위 클라우드 분야 실태조사 결과 해설 (김·장 법률사무소) — 국내 시장의 전환 곤란 진단
HFC의 관점
출구 조항은 계약 체결 시점에만 확보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HFC컨설팅은 출구 조항 요구안 작성, 종속 위험의 아키텍처 진단, 전환 비용 산정까지 실무 자문을 제공합니다. 갱신 통보를 받고서야 출구를 찾고 있다면, 다음 계약은 다르게 시작하도록 돕겠습니다.
1영업일 이내 답변 · 주식회사 에이치에프씨 컨설팅 · 대표이사 장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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