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주자를 위한 RFP 가이드 · Ep.04
AI로 싸졌다는데,
왜 예산은 그대로입니까.
AI 생산성 시대의 예산과 사업기간 책정 · HFC Consulting
예산 심의 자리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AI로 개발 생산성이 몇 배가 됐다면서요. 그러면 이 사업 예산은 왜 작년 기준 그대로입니까." 발주 담당자는 답을 준비하지 못했다. 질문은 정당하다. 답이 없는 것이 문제다.
이번 화는 소프트웨어사업 대가산정과 사업기간을 책정하는 근거, 그리고 그 근거가 AI 시대에 어떻게 갈라지는지를 다룬다. 예산을 지키는 무기는 항변이 아니라 산정 근거이고, 근거는 문서로만 존재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M/M라는 오래된 자
투입공수(M/M) 기반 산정은 하나의 전제 위에 서 있다. 사람이 들인 시간이 만들어진 가치의 대리 지표라는 전제다. 생산 수단이 균질하던 시대에는 성립했다. 지금은 같은 기능을 만드는 시간이 팀에 따라 몇 배씩 다르다. 자(尺)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다. 이 균열은 1기 5화(공수 산정)에서 진단했고, 계약 문구로의 대응은 2기 3화에서 다뤘다. 이번 화는 그보다 앞, 발주 예산을 세우는 단계다.
예산 단계가 결정적인 이유는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계약 협상은 조항을 고칠 수 있지만, 확보된 예산의 총액과 사업기간은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는다. 첫 단추가 관행만으로 끼워지면 이후의 모든 문서가 그 숫자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쓰인다. 산정 근거가 없는 예산은 깎이는 예산이고, 근거가 있는 예산은 설명되는 예산이다.
싸진 구간과 비싸진 구간
AI가 프로젝트 전체를 싸게 만든 것이 아니다. 특정 구간을 압축했을 뿐이다. 코드 생산은 빨라졌다. 그러나 요구 정의, 산출물 검증, 데이터 이행, 현장 안착은 압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생산이 빨라질수록 검증할 물량이 늘어난다. 예산의 총액보다 배분이 먼저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 구간 | 비용의 방향 | 책정 시 반영 |
|---|---|---|
| 코드·문서 생산 | 하락 | 공수 축소 여지 검토 |
| 요구 정의·검증·검수 | 상승 | 별도 공수 항목으로 명시 |
| 이행·안정화·교육 | 불변 | 압축 대상에서 제외 |
사업기간도 같다. 생산 구간이 짧아졌다고 전체 기간을 비례해서 줄이면, 검증과 안착의 시간이 사라진다. 줄여도 되는 것은 구간이지 프로젝트가 아니다.
기간 배분에는 역설이 하나 있다. 생산이 빨라진 만큼 검증과 안착에 시간을 더 배정할 수 있게 되었는데, 많은 발주 조직이 그 여유를 전체 기간 단축으로 소진한다. 여유를 어디에 재투자할지 결정하는 것은 수급인이 아니라 발주자다. 그 결정이 RFP의 일정 구조에 적혀 있어야 제안서의 일정도 같은 구조로 도착한다.
구간 배분을 점검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지난 유사 사업의 실적에서 정의·생산·검증·이행 구간의 실제 비중을 꺼내 보는 것이다. 계획과 실적의 차이가 곧 다음 사업의 보정 계수다. 실적 데이터가 없다면 그것부터가 발견이다. 다음 사업의 일정표에 구간 실적을 기록하는 칸을 만드는 것이 첫걸음이 된다.
RFP에 넣을 문구
예산·기간 책정 점검표 6
① 공인 기준선(대가산정 가이드)으로 기초 산정을 했는가.
② 생산 구간과 비생산 구간(정의·검증·이행)을 구분해 배분했는가.
③ 검증·검수 공수를 독립 항목으로 책정했는가.
④ 기간 단축 시 어느 구간을 줄였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
⑤ 안정화 기간이 일정표에 독립 구간으로 존재하는가.
⑥ 예산 근거를 제3자(심의·감사)에게 문서로 설명할 수 있는가.
공수 재산정 트리거 문구 (예시) — "다음 사유 발생 시 발주기관과 수급인은 공수 재산정을 협의한다."
① 과업범위의 변경이 승인된 경우
② 연계 기관의 규격 변경 등 외부 요인이 발생한 경우
③ B등급(방향 확정) 요구의 상세 확정 결과가 당초 규모를 벗어난 경우
예상 반론과 대응
반론 — "공인 가이드가 있는데 발주자가 별도로 점검할 이유가 있는가. 기준대로 산정하면 끝 아닌가."
대응 — 기준선은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니다. 가이드는 평균의 사업을 전제하고, 개별 사업의 요구 확정도·연계 복잡도·데이터 품질은 평균에서 벗어난다. 그 보정의 근거를 문서로 남기는 것이 발주자의 일이다. 기준 자체도 개정된다. 산정의 기준선이 언제 기준으로 개정되었는지 확인하는 것부터가 점검이다.
산정 근거는 결국 설득의 문서다. 예산 심의에서, 협상 테이블에서, 사후 감사에서 같은 문서가 세 번 쓰인다. 형식은 세 줄이면 된다. 공인 기준선으로 산정한 기초 금액, 사업 특성에 따른 보정과 그 사유, 보정의 근거 자료. 이 세 줄이 있으면 "AI로 깎자"는 요구는 협상이 되고, 없으면 통보가 된다. 문서 한 장의 차이가 예산 몇 억의 차이가 되는 지점이다.
체크포인트 — 기준선 산정 근거 보관 / 구간별 배분 명시 / 검증 공수 독립 항목 / 재산정 트리거 문구 / 안정화 기간 확보
"AI로 싸졌으니 깎자"는 말에 대한 정답은 방어가 아니라 배분이다. 싸진 곳을 보여주고, 비싸진 곳을 보여주는 문서. 그것이 예산을 지키는 유일한 언어다. 근거 문서를 쓰는 데 드는 시간은 하루면 족하다. 근거 없이 잃는 것은 예산과, 예산을 지킬 다음 기회다.
📎 더 읽을거리
KOSA, SW사업 대가산정 가이드 2025 개정판 공표 (디지털타임스) — 공수 산정 기준선의 최신 개정 소식
소프트웨어 진흥법 시행령 (국가법령정보센터) — 공공 소프트웨어사업의 발주·계약 관련 규정 원문
HFC의 관점
"AI 생산성만큼 깎자"는 요구를 받고 계십니까. HFC컨설팅은 사업 특성을 반영한 예산·기간 책정 근거를 설계하고, 심의와 협상에서 설명 가능한 산정 문서를 만듭니다.
1영업일 이내 답변 · 주식회사 에이치에프씨 컨설팅 · 대표이사 장기석
본 연재의 문구·양식 예시는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으며, 실제 발주·계약 시 법무 검토를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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